한달분 55만원.
실손보험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정확하게 검사를 통해 '병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먹는 약이기 때문이다.
정신과, 신경과 질환을 진단받는 건 쉽지도 않고,
더군다나 한방에서는 어렵고, 그리하여 이 약은 분류상 치료약이 아니다.
한방의학을 좋아한다.
한의원이 지금은 의료보험 적용을 받는 품목이 많아졌지만
예전에는 비급여 항목이 많아서 비쌌다.
그 시절에도 나는 정형외과 질환(허리아프고 무릎 아프고 팔목 아프고)과
걔절마다 보약을 먹는 등 많은 부분을 한의원에 돈을 쏟아부었다.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된다.
50원 100원 쓰는데는 그토록 인색하면서
50원 100원 아끼는 데는 그토록 신경쓰면서
50만원 100만원은 50원 100원 보다 쉽게 쓴다.
그 증거같은 내 사치품목 한약이 도착했다.
나는 이 한의원에서 정기적으로 끊임없이 한약을 먹는다.
효과가 있고, 그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큰 돈을 쏟아붓는다.
약먹어가며 지내야 할만큼 스스로 느끼는 몸 상태가 그리 ok 하지 않다.
몸상태가 많이 호전되어서 기쁘고 감사한데
억울한 마음도 있다.
아니 다른 사람들은 이토록 아프지 않은 머리로, 이토록 깊이 잠 잘자고 개운하게 살았단 말인가.
몇 십년을 안개낀 머리 상태와 두통으로, 늘 피곤에 쩔은 몸으로, 카페인과 알코올의 힘을 빌어 겨우 살아온 세월이 억울하다.
약이 도착했다.
상열하여 몸이 늘 덥고
짜증이 쉽게 나고
화가나고 어수선하던 내 일상이 가지런해졌다.
한달분 55만원.
대단한 사치다.
그러나 생각한다. 그래도 이렇게 내 몸에 잘 맞는 한약을 찾게 되어 다행이야.
먹으면 효과가 있는 약을 찾아서 다행이야.
50원 100원 아껴서.....한약 먹어야지. 그래서 덜 힘든 날들을 보내야지. 약빨이라도 받으니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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