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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없는 쇼핑

내가 사지 않는 것 #2 자동차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자동차를 소유하고 운전할 줄 알면 '자유'를 획득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열아홉의 나는 '자유'라는 실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운전면허를 따면 그것에 한걸음 가까이 가는 것 같았다.

 

집이 좀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학생들은 집에서 부모님이 차를 사줘서 그것을 가지고 등하교를 했다.

(지금은 보편적이지만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에는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우리를 가끔 태우고 나들이도 가고 드라이브도 시켜주었다.

야~타!라는 말이 막 유행을 시작했다.

 

이제 생각하면, 그것이 갖고 싶다면 어떻게든 장만할 수도 있었겠지만(우리집에는 차가 없었다.)

나의 젊은 시절은 

선택 자체가 여러가지인 때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니 다행이다 싶다. 거의 모두가 못살았다.)

지금 젊은 사람들의 무기력과 불안을 이해한다.

너무 많은 가능성들이 그들을 힘들게 한다.

나의 젊은 때는 그다지 여러가지라는 게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했고 그제서야 자동차를 구입했다.

꼭 사고싶지는 않았는데, 그때 회사에는 말하지 않고 대학원에 입학을 했다.

(회사에 학교 다니는 거, 다른 공시 등 시험공부하는 것은 말안하는 게 좋다라고 생각한다. 비밀에 붙인다)

회사에서 학교를 다니자면, 회사 셔틀의 정해진 코스를 벗어나야 했다. 

그래서 샀다. 절실하고 간절한 이유였다.

 

그후, 어쩔 수 없이 차를 몰고다니지만 기대했던 '자유' 보다는 힘이 들었다.

자유라면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것, 학문하는 큰 기쁨이었지만

자잘하게는 힘이 들었다.

 

운전을 하는 동안 계속 각성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보험, 기름값, 소소하게 날아드는 과속과태료 범칙금, 자동차세 등등이 아까웠다.

주차하기, 보험처리하기 애매한 정도의 긁힘, 가벼운 접촉사고 등이 매번 정신적 스트레스였다.

오늘도 무사히 별일없이 지나갈 것인가 불안했다.

 

그런 여러 일들이 쌓여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큰 불편없는 서울 수도권의 생활은 꽤 좋았다.

 

18년된 차를 폐차하고 차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남편의 말에 나는 1도 반대하지 않았다.

수도권에 살면 차를 가지고 다닐 일이 별로 없다.

더군다나 우리집 바로 옆에 공유 쏘카 주차장이 있었다.

 

제주에서 차없는 생활은 크게 불편하다.

제주의 특성이 아니라, 수도권 이외 지방 생활은 차가 없으면 불편하다.

그래도 나는 지금 이곳에서 자차없이 살고 있다.

물론 불편하다. 검색하면  차로 19분 걸리는 정도의 거리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경우 심할 때는 1시간 30분이 걸리기도 한다.

 

장점을 생각해보자.

1.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월세가 5만원 정도 저렴하다. 이유는 내가 사는 동네에 주차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차가 없으므로 나는 상관이 없이 싼 집을 얻을 수 있었다.

2. 활동범위가 제한된다. 굳이 차로 가야할만큼 꼭 가야하는 곳은 그다지 많지않다. 검색해보고 가기 불편하거나 멀면 안간다. 그게 그렇게 억울하지 않다. 오히려 안갈 핑계에 좋기도 하다. 어느 장소, 어느 모임이고간에 차를 핑계로 거리를 둘 수 있다.

3. 돈이 절약된다. 돈이 벌리지는 않겠지만 그다지 많이 쓰지도 않겠지. 그래봐야 버스비이고 어쩌다 택시도 아주 가끔만. 세금 보험료 과태료 없음.

4. 조금 더 움직이게 될 거다. 학교 정문에서 도서관까지 경사길...... 버스정류장에서 목적지까지.....차를 가진 것보다 한걸음이라도 더 걷겠지.

5. 목숨부지. 가끔 휘몰아치듯 욱할 때가 있다. 다혈질이라고 해야하나. 아마 차를 가졌다면 그리고 그게 운전하는 순간이라면 아마도....이제까지 살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

6. 소유와 관리의 어려움에서 해방. 내 한 몸 건사도 힘든데 '자동차'를 돌봐야 한다. 

7. 차에는 관심도 없고, 얼마인지도 모르고.......그렇게 살아도 된다. 관심있는 분야가 그렇게 많은데 한 두가지 관심없어도 되는 게 있다는 즐거움.